「칼럼」인문학의 향연 속 피어나는 하모니
-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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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6월 28일

민 순 덕 철학박사
카운슬링아카데미 ‘지평’원장
일 년 전, 처음 시각장애인 문학 교실의 서포터로 참여하게 된 기억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도움의 빛을 나누겠다‘ 라는 나름의 포부와 약간의 시혜적인 마음을 안고 출발했던 나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게 된다. 첫 수업이 시작되고 꾸준히 그들의 눈이 되어 텍스트를 읽어주고, 손이 되어 문장을 받아 적어주는 일방적인 ‘봉사자’가 되어 서포터의 역할을 이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뒤통수를 맞은 듯, 내 자신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통찰은 눈으로 그리고 시각적으로 실증하는 서포터인 필자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고, 상호 간의 교류와 소통을 풍성하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
시각장애인 문학 교실은 매주 한 번 2시간씩 문학, 역사, 철학적 내용의 강의와 토론, 소감 등을 나누는 시간이다. 시각장애인, 비장애인인 활동지원사, 서포터로 1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본 수업 전, 한 주간의 삶을 나누는 시간에는 장애 당사자인 구성원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시간이다. 여행, 가족 모임, 종교 생활, 친목 모임 등 다양하게 일상을 꾸려가는 모습에서 비장애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 교실에서 배우는 인문적 내용은 수업에 참여한 구성원들에게 유의미한 시간이 되고 있다. ‘문학’ ‘역사’ ‘철학’과 같은 인문학의 내용을 접하는 짧은 시간이지만, 문학 교실에 모인 구성원들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더하는 태도를 지니게 됨을 알 수 있다. 특별히 이 공간에서의 인문학은 화려한 지식의 과시가 아니라, 내가 보지 못하고 외면해왔던 내 삶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 힘이 있음을 배우게 된다. 보이지 않는 이들이 내게 보여준 소중한 것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시각장애인 문학 교실을 참여하면서 시혜(施惠)가 아닌 호혜(互惠)의 인문학을 체험하고 있다. 단순히 '봉사자'라는 단어가 주는 프레임을 깨뜨리고 있다. 이 교실에서 필자는 일방적으로 베푸는 공급자가 아니다.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대신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위로'와 '치유'를 선물로 받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 ‘도움을 주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라는 이분법적 경계가 허물어지고, 오직 인문학(문학)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의 존재가 동등하게 소통하는 연대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문학 교실은 책 속에 박제된 활자로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인의 고통과 기쁨에 공감하는 훈련이 되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주체적인 성찰의 과정이 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혜(施惠)의 공간인 줄 알았던 그곳은 서로를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환대하고 채워주는 호혜(互惠)의 공간이 되고 있다. 진정한 인문학적 만남은 타인을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통해 내 안의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확장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또한, 인문학을 통해 상호존중과 배려를 체험하게 된다. 불편한 신체적 조건이지만 매주 수업시간에 정성스럽게 준비한 간식을 가져오는 모습,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진심으로 그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 주는 모습, 아픈 몸을 함께 걱정하고 기도해 주는 모습 등등 그들과 함께 나누는 일상은 핵개인화로 고립과 단절의 시대를 사는 현실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문학 교실의 구성원들은 시 한 편, 소설 한 구절을 나누고 배우면서 함께 어우러지는 하모니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문학 교실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서는 길은 여전히 눈에 보이는 성과와 속도를 좇아 바쁘게 흘러간다. 하지만 서포터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봉사자로서의 필자는 나 자신이 진짜 나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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